이슈토론문꿈의 직장인 첨단산업, 그러나 대기업부터 잘못된 노동조건, 어디서부터 바꿔야할까?

관리자
20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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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그 선봉에 있는 첨단 대기업?


오늘날 4차 산업혁명 관련 담론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특성상 IT 기술은 데이터 수집, 가공, 유통 등 정보를 다루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스마트폰, 자동차,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될 수 있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와 함께 IT 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수요에 힘입어 기업가치가 급속도로 올라간 소위 ‘유니콘 기업’이라 불릴 정도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 19 사태로 재택근무가 많아진 요즘 관련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첨단산업 업체들의 인기와 수요가 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오늘날 많은 청년 대학생들은 구글, 카카오, 페이스북, 네이버 등 IT 서비스 대기업 업체들에서의 취업을 선호한다. 특히, 창의적 업무능력을 통한 기술혁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구글을 비롯한 업체들의 업무환경이 좋다라는 대중적 인식이 확대되면서 이들 글로벌 IT기업들은 취업 선호 기업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게 되었다.


서울단지에 많이 분포해있는 지식첨단산업


공단의 첨단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실태가 어떠할까? 과연 앞서 분석한 것처럼 밝은 전망하에 구글에서처럼 높은 임금과 복지 혜택을 받는 꿈의 직장에서 일한다 할 수 있을까? 구로노동자조사그룹이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구로공단(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 인근에 있는 대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파악해보자


1960~1970년대 한국의 수출 제조업 경제를 뒷받침하였던 구로공단은 점점 생산기지 이전 속에 슬럼화 되어가던 상황이었다. 이를 우려한 정부는 2000년 구조고도화계획을 통해 첨단산업단지로 변모를 시도하였으며 이름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변경하였다. 그 과정에서 99년 당시만 해도 57개로 10% 미만이었던 첨단산업업체의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첨단 서비스산업의 증가가 크게 나타났다. 2019년 노동자의 미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식첨단산업의 비중은 2019년 표준산업대분류에 따르면 대표업종인 방송정보통신업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31.9%) 해당 첨단산업을 세부적으로 나눌때는 IT서비스로 대표되는 생산자서비스업과 소프트웨어개발로 대표되는 개인서비스업이 있다. 생산자서비스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업은 자료처리, 정보매개서비스,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가 대표적이다. 개인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사업은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한국의 경우 게임 산업이 대표적이다.

IT노동자 중 생산자서비스업과 개인서비스업 비중 현황 (출처 : 2011-2015 서울디지털산업단지 IT노동자의 노동환경_2017_박준도)

<그림1> IT노동자 중 생산자서비스업과 개인서비스업 비중 현황

(출처 : 2011-2015 서울디지털산업단지 IT노동자의 노동환경_2017_박준도)

<그림1>에서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생산자서비스업보다 개인서비스업 분야 종사자들이 더 많다. 즉 SI등 기업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동자보다 게임 등 개인을 상대로 하는 노동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2019년 서울단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68.7%의 20~30대 노동자들이 지식첨단산업에 종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즉, 청년노동자들의 대다수가 지식첨단산업 특히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 등 개인서비스업 분야에 많이 종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통계 뿐만이 아닌 실제 사례들(제조업체와의 비교)에서 더욱 크게 확인할 수 있다. 과거 공단의 주요 업종인 제조업체(그중에서도 전기,전자산업)의 대표업체였던 팬텍이 2014년 파산하였으며, LG 휴대폰 생산라인 역시 19년 4월 국내에서의 생산을 철수한 바가 있다. 이와 반면, 게임업계 대기업인 넷마블이 2011년 관련 개발사들과 함께 구로로 유입하기 시작하였으며 2002년부터 가산동에 입주해있던 컴투스가 2012년 시세를 대폭 확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게임업계의 대표기업들인 넷마블과 컴투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 지역엔 IT 업종과 소프트웨어 개발업종이 대폭 들어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식첨단산업의 구조적 특징


IT서비스 산업이건, 소프트웨어 개발 업종 모두 공통된 특징으론 소수 상위기업들의 집중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내수시장 중심으로 시장이 발달되어 있기에 고부가가치의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등장하기 어려우며, 파견/외주화가 크게 발달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글로벌 IT기업에서의 기술혁신 정도와 성장속도가 생각만큼 크지 않으며, 한국의 경우, 기술혁신 정도를 나타내는 경제지표인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17년 1.2%에서 18년 0.5%로 하락하는 등 매우 더딘 상태이다. 실제 알려진 것과 달리 최근 글로벌 IT 대기업인 구글에서도 ‘노조파괴’의혹이 나타나고 있을만큼 노동자들에 대한 강압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2019년 실태조사에서 대기업 연구직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면담에선 본사에 3000명 넘는 노동자가 일하고 있으나 절반가량이 파견계약직임을 말한 점에서 그만큼 해당업종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유추할 수 있다.


(혹시 그 회사 규모에 대해서 좀 여쭤보고 싶은데) 규모는 총인원은 3000 정도 됩니다 … 저희팀이 아마 정규직이 한 90% 넘을 걸요? 대부분이 정규이에요. 대신에 상무님. 그 임원진들은 다 계약직이에요. 그 밑에는 다 정규직이에요. (아까 3000명이라고 하셨는데 연구소 팀은 그 중에서 어느 정도에요?) 그 중에서 저희가 한... 지금 대략 한 50명 정도 될 거에요. 연구소 자체는 그리고 저희 팀이 한 그 중에서 절반 정도 됩니다. (3000명 넘게 다 여기 L사에 있는건가요?) 절반 넘게가 다 다른 계열사들에 파견 나가요. 거기서 이제 파견가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어다줘요 (그럼 그 분들은 아이티 개발자로?) 네 맞습니다. 아이티 개발자 유지보수를 하고 있어요. 그런분들이 1500명 정도 되요. 1500명 좀 넘게! (나머지 분들은 어디에 있나요?) 네 나머지 분들은 본사에서 근무하거나 그 근처. 그 근방에서 왔다갔다 해요. 근방에 L계열사들이 있으니깐 그런 식으로 근무를 지금 하고 있죠. 그래서 사무실 가보면 보통 비어있는 데가 많아요. 공간은 있는데 메뚜기 형태로 이랬다가 파견 나갔다가 돌아오시고 합니다.

(2019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환경 실태 中)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입주해있는 대표적인 대기업 입주업종인 게임업종의 구조는 어떨까?


대기업의 이익 독식, 개발사로 손실 전가하는 게임 산업의 구조


게임 산업은 대형 퍼블리셔(Publisher) 업체들이 공급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형태다. 퍼블리셔는 중소개발업체 게임의 성공가능성을 평가한 후 추가개발을 요구하고 그 후 시장에 출시한다. 퍼블리셔는 게임 개발 수준에 따라 금액을 지불하고 개발업체는 이 돈으로 사업을 유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개발업체들은 계약단계도 가보지 못하며, 계약 후에도 시장에서 런칭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다. 또한 런칭하더라도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 계약을 해지해버린다. 이7러한 시장구조에서 자본이 없는 중소개발업체들은 퍼블리셔와 계약하지 못하면 곧바로 폐업하고, 런칭에 성공한 업체는 벌어들인 매출의 60%를 퍼블리셔에게 지불한다.


다른 콘텐츠 산업과 유사하게 게임 역시 흥행 산업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퍼블리셔는 10개 중 1개만 터지면 된다는 판단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운영하는데, 흥행 가능성이 큰 게임은 아예 기업자체를 인수합병 하기도 한다.(개발 스튜디오 인하우스화) 인수합병 이후 지적재산권을 소유해 이윤을 내부화하고 사업이 실패할 경우 자본을 철수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한다.

<그림> 게임산업 공급구조

(출처 : 게임산업, 청년의 꿈을 담보로 한 신종 사채시장인가?_2017_한지원)


게임산업에선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 있다. 이같은 장시간 노동은 게임산업의 주 플랫폼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전환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즉, 이전의 온라인과 달리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서는 생산,유통,소비의 과정이 매우 빠르게 변하면서 개발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특히 유행에 민감해지면서 라이프사이클이 빨라지자 회사들은 기성품처럼 표준화된 엔진에 모듈을 조금씩 올리는 식으로 단기간의 대량생산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게임 론칭이나 이벤트때마다 야근과 밤샘이 반복되는 크런치모드(Crunch Mode)의 빈도가 잦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즉, 게임 개발주기가 짧아지면서 장시간 노동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게임 개발의 기술력이 증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발과정의 모듈화 즉, 개발의 물량이나 속도가 이전 보다 몇 배나 ‘많아지고 빨라진’ 동시에 단순 반복 작업을 해야하는 부품화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게임업계 노동자 10명 중 6명은 주 5일 기준 하루 12시간을 일한다. 그러나 사전에 약정한 연장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수당만 주는 잘못된 포괄임금 관행에 묶여 초과근로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명목상 연봉은 높으나, 시간당 임금을 계산했을 때, 기본급은 최저임금 미만에 해당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포괄임금제를 비롯 초과근무시간에 대한 수당을 주지 않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대기업 플랫폼과 게임퍼블리셔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분배구조에서는 이같은 노동조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기가 당연히 어렵다. 결과적으로 매우 열악한 구조에서 대부분의 게임업체가 운영된다. 장시간 노동에 체불임금이 일상인 것은 이렇게 산업 구조적 원인 탓이 크다.


공단내 지식첨단산업 대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실태 : 넷마블의 사례


앞서 살펴보았듯, 대기업 중심의 독점적인 산업구조 속에서 게임산업 노동자들 일반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그렇다면 넷마블이라는 게임산업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러한 일반조건에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까? 넷마블은 그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기업으로 알려져있다. CJ E&M에서 분리된 이후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16년말 넷마블게임즈는 1조 5천억의 매출에 순이익은 2천억원을 기록하였다.

그러나, 넷마블은 해외법인계열사까지 합하면 약 20여개의 게임 개발 계열사들을 가지고 있다. (넥슨의 8~9개와 비교햇을때도 훨씬 많다) 대표적인 예로 2013년 ‘세븐나이츠’로 유명한 게임을 만든 개발사는 넥서스 게임사가 있다. 그러나 넥서스 게임사는 2014년 넷마블이 지분의 55%를 인수하면서 ‘(주)넷마블 넥서스’의 계열사로 바뀌게 된다. 여기에 개발계열사간 인수합병도 매우 활발하다. 넷마블은 몇 년마다 주기적으로 계열사들을 통폐합한다. 이 과정에서 넷마블게임즈는 중소개발업체들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직간접적 압박으로 이를 가져간다. 그리고 성과가 있는 개발사들을 자신의 회사로 인수, 합병시킨다. 여기서 넷마블게임즈는 자회사뿐 아니라 중소개발업체들을 넷마블 소속 직원으로 활동시켜주는 대신, 각종 노동통제를 강화한다.


2017 넷마블 공짜야근 증언대회에서 드러난 넷마블 노동자들의 노동실태


1) 출퇴근 기록,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는다 (임금체불)의 문제


“재직시 근태기록 요청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 받으면 알려주겠다.” (이후 무소식)

“B사에 출퇴근 기록, 임금명세서 등등을 달라고 했는데, 없다고 한다. 재직증명서만 준다.”


“임금명세서는 이메일로 받지 않았나요?” “회사 이메일로 줬어요. 퇴사하고 나면 회사 이메일 접근이 안 되요. 설사 접근할 수 있다 해도 메일 포워딩도 함부로 못해요. 외부유출금지라며 보안이라고 했거든요.”“


평일에는 10시까지 하면 1만, 12시까지 하면 1만 5천원, 교통비를 받는다. 주말에는 4시간 하면 3만원, 6시간 이상하면 5만원 교통비를 받았다. 새벽에 집에 택시를 타고가 영수증을 보여주면, 교통비 실비를 받는다.”


“1시 36분에 퇴근해서 3시 37분에 출근했다. 이건 무언가?”

⇒ “아마도 사우나 같다 온 거 일거다. 밤샘 야근할 때는 잠시라도 한번은 나갔다 와야 한다. 교통비 1만5천원이라도 받는다. 자리에 앉아서 내리 밤새면 이마저도 못 받는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은 초과근무시간에 대해선 통상적인 시급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넷마블의 경우엔 이상한 방식으로 교통비 명목으로 초과수당을 대체하였다. 10시에 퇴근일 경우, 1만원, 12시의 경우엔 1만 5천원을 지급하였는데, 저녁시간 1시간을 제외하더라도 8시에서 12시까지 일하였으면, 그에 대한 수당은 1만 5천원 시급으론 3750원 정도만 지급한 것이다(당시 최저임금은 6470원) 이처럼 넷마블은 최저임금에 한창 못미치는 금액을 주면서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로를 강요해왔던 것이다.


현행법상 사용자가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기록할 의무나 이를 기록하더라도 노동자에게 교부해야할 의무는 없다. 그래서 회사의 근로시간 기록이 없다면 사실상 연장근로 여부는 노동자들이 직접 입증해야 한다. 넷마블 퇴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출퇴근기록은 남아있지만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지난 2년치의 교통카드기록, 교통비지급내역 등을 찾아 자신의 연장근로시간을 입증해야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밤늦게 퇴근하는 경우 택시를 타며, 택시영수증을 보관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아 입증을 책임지기가 어렵다. 이렇듯, 넷마블은 노동자들의 출퇴근기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 입증책임을 노동자가 해야한다는 점을 악용, 노동자들의 연장근로수당을 가로챘다.


2) 강요된 야근과 그로인한 장시간 노동 과 그것을 권장하는 회사


“정상적인 회사라면 이 기능 만드는데 며칠 걸리는지 개발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넷마블은 일정을 묻지도 않고, 우리 언제까지 끝내야 하느니, 이 일은 몇 일에 시작해야 하니 그 전에 끝내야 한다는 식으로 일정을 정해 알려 준다. 그 일정에 맞추다보니 100시간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잔채 일한 거다.”


“넷마블에서 야근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동료에 대한 헌신성, 이기주의자인지 아닌지 결정해주는 척도에요. 넷마블 홈페이지 가보면 선배직원 신입직원 이야기 중 '재밌는 이야기'는 다 철야 야근한 이야기에요.”

속도전 형태로 진행되는 넷마블(게임산업) 전반의 특성상, 업계 노동자들은 통상적인 근로시간에 맞춰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나, 본사에선 이를 본사 직원들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업무수행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랬을 때, 넷마블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는 앞선 임금체불 문제와 엮여져 있으며, 포괄임금제가 그 핵심임을 알 수 있다. 포괄임금계약이란 실제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사용자의 임금지급 편의와 노동자의근로의욕 고취라는 명목으로 제한적으로 허용되어 왔으나 넷마블처럼 출퇴근기록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용이한 경우에도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넷마블은 이를 악용하여 매년 연봉계약을 체결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인상된 연봉을 제시했지만 자세히 보면 오히려 기본급이 줄어들고 법정수당이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본급이 줄어들고 법정수당을 늘렸을때의 문제점은 당장은 연봉이 인상되었으나, 연장근로수당은 기본급의 1.5배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연장근로에 대한 지급비용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실제, 노동자들의 연장근로시간이 3시간 가량 늘어났음이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3) 건강문제와 일상생활이 존재하지 않는 넷마블 노동자들


“팀 전체 크런치 모드에 들어가면 팀원들의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된다. 늘 피로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 팀 전체가 며칠 이내에 감기가 유행병처럼 돌았다. 피로한데다 모두다 매일같이 사무실에 있다보니 감기가 빠르게 전염되었던 것이다. 체중이 급격히 불어나거나 줄기도한다. 내 경우에는 3달만에 8kg이 증가했다.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상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모두들 만성피로에 시달리다보니 과민반응을 하기도한다. 내 경우 기획자 직군 특성상 다른 직군의 사람들과 같이 작업하는 일이 많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일도 신경을 곤두세워서 날카롭게 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크런치 도중, 마감 전주엔가 한번 쓰러졌다. 새벽에 일요일 날 출근해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건강이 안 좋아져서 병원에 입원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쉬었다. 구로고대병원 응급실 의사들이 우리를 아는 것 같더라. 많이들 간다. 스스로 위험하다 싶으면 자기가 가는거다.”


“넷마블 퇴사한 사람은 면접 질문에서 이런 질문 받는다. ‘넷마블 다니셨어요? 야근은 문제없겠네요?, 저희 회사가 야근이 많긴 한데요 넷마블보단 나아요.’ 이렇게 얘기할 정도니 말 다했다. 우린 소모품인데 넷마블에서 버텼다면 내구성을 인정받는 거다. 평균 근속기간이 1년 2개월밖에 안 되는 조직이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들은 당연하게도 건강문제에 노출된다. 특히, 크런치 모드가 잦은 업계 특성상, 노동자들은 동료들과의 협업에서 피해를 끼치지 않고자 과로를 하게 된다. 문제는 이것이 개별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게임산업 노동자들 전반적으로 비만과 과체중이 많으며, 허리나 목디스크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이 17년 게임산업 노동환경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39.6%, 손목터널증후군이 대다수가 청년노동자들인 해당업종에서 24.8% 가량 나타난다는 점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많이 앓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육체적인 피로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만성적인 우울증등 위험현상이 많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역시 해당조사에 따르면 자살시도 비율이 2%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의 0.4%에 비해 훨씬 높음이 나타났다. 넷마블에서 돌연 자살을 하거나 과로사를 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연대 투쟁과 구로노동자조사그룹의 활동


2016년 들어 두명의 넷마블 소속 노동자들이 돌연사 하였으며, 한명의 노동자가 투신자살을 하는 등 한해에만 3명의 노동자들이 자살을 하자,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넷마블,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지역에서 활동하던 지역사회운동단체인 노동자의 미래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넷마블 전현직 노동자들의 증언들을 바탕으로 무료노동근절을 위한 기자회견과 국회토론회를 여는 등 공짜야근과 과로사 문제에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당시 문제를 회피하던 넷마블을 압박하였으며 지역 차원에서도 공짜야근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류시키고자 ‘칼퇴근축제’를 여러차례 열었다. 구로노동자조사그룹 역시, 이러한 국회토론회에 참여하였으며, 칼퇴근축제에도 적극 결합하며, 넷마블 노동자들의 과로사와 나아가 포괄임금제라는 문제를 사회적으로 널리 환류하려는 노력에 함께 하였다


넷마블에 대한 투쟁 결과, 게임산업 노동자들의 실태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끓으면서 그간 혐의를 부인하던 넷마블은 ‘야근금지’를 약속하였고, 그간 실효성이 없었던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였으며, 돌연사한 노동자에 대한 ‘과로사’가 질병판정위원회에 인정되었다. 넷마블은 이후 과로사 유족들에 대한 사과를 하였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19년 10월 넷마블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로 하였습니다. 여기에 정부 역시 그간 포괄임금제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였기에, 그에 대한 대책으로서 ‘포괄임금제 개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넷마블에서 나타난 포괄임금제와 장시간 고강도 노동의 문제는 투쟁을 하고난 이후에도 여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18년 1월 온라인 강의업체인 ‘에스티 유니타스’에서의 웹디자이너가 과로 끝에 자살을 하면서 다시금 포괄임금제 문제가 대두었다. 사망한 웹디자이너 장씨는 2015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총 2년 8개월동안 공단기, 스콜레의 디자인 업무를 근무하는 동안, 거의 1년을 야근 제한 기준을 넘기도록 일했다. 그녀의 포괄임금계약, 실제 근무시간은 근로복지공단에서 만성 과중한 업무로 인한 뇌심혈관질병·심장질병의 산재여부 판단 기준인 질병 발병 전 12주 평균 업무시간인 60시간에 거의 근접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씨는 이전부터 우울증을 앓아오던 터였으나, 장시간 근무 속에서 우울증이 악화된 상태였던 지라 17년 9월 휴직을 내고 11월 복직하였으나, 그로부터 돌아온 것은 인원충원없이 밀린 업무를 살인적인 강도로 요구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직장상사는 해당 노동자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을 가하였는데 대표적인 예로 직장상사는 해당 노동자에 4명의 업무분량에 대한 일을 요구하는가 하면, 업무와 상관없는 책을 읽어오는 것은 물론, 채식주의자인 장씨에게 육식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장씨는 근로감독관에 대한 진정 요구를 통한 문제해결 시도를 하였으나 사실상 묵살되면서 장씨는 탈진 속에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다.


과도한 노동시간과 고강도 노동과 함께 직장내 괴롭힘의 결과로 웹디자이너인 장씨가 자살하면서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포괄임금제 철폐 및 장시간 노동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과로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역차원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로노동자조사그룹 역시 구로공단 지역을 넘어 같은 노동권의 문제를 겪고 있는 여러 노동자들의 문제에 함께 연대하고자 하였다. 실제 에스티유니타스에 릴레이 1인시위에 구로노동자조사그룹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참여하며 에스티유니타스에 대한 사과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였다. 계속된 여론의 압박 속에서 회사는 결국, 7월 유족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였으며, 장씨의 과로에 대해 과로자살도 19년 10월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등의 과로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전국차원에서의 문제로 인식,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구로노동자조사그룹이 지향하는 바이며, 그에 기반하여 활동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결론 : 화려한 외피 속에 감춰진 착취, 모두의 힘과 거시적 시야가 문제극복의 출발점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첨단 IT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IT산업의 신기술 혁신을 다양한 분야에 융합하는 방식들이 주목받으면서, 소위 유니콘 기업이라 불리는 대형 벤처기업들을 비롯 IT업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유명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청년,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가 이들 회사의 창의적인 노동이라는 명목하에 제공되는 높은 복지라는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널리 확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활성화 등은 이들 업종에 대한 전망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밝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단지내 최다업종을 차지하고 있는 IT, 게임업종 그중 대기업인 넷마블에서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살펴보면, 일반적인 이미지와 사뭇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 특성상, 대기업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그렇게 성장한 대기업들은 기술개발보단 주로 인수, 합병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불리며, 노동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착취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또한 모바일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업계 특성상, 모듈화된 노동과정 속에 노동자들에 대한 장시간 고강도 노동 및 포괄임금제가 일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갈려나가고 있다. 실제 16년 넷마블 노동자들의 연이은 자살사례들과 에스티유니타스의 사례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그랬을 때, 앞선 사례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바는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집단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포괄임금제로 노동자들이 임금명세서 교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금문제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은 개별 노동자 차원에서는 정말 어렵다. 또한 산업 특성상, 야근을 강요당해도 그 책임을 오로지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선 개인의 노력만으론 이 상황을 타개하기가 매우 어렵다. 설령 투쟁으로 성과가 나더라도 회사가 언제 바꾸고 뒤집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문제해결을 위해선 개별 노동자들을 넘어서는 집단적인 차원에서의 노력과 실천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랬을 때, 대기업에서조차 열악한 노동조건이 나타나고 있을 때, 문제해결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대기업에서 개별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는 것에서 만족하면 되는 것일까? 앞서 살펴보았듯, 첨단 대기업이라고 해서 마냥 꿈의 직장인 것이 아니며, 화려한 외피 속에서 수익성의 위기와 기술혁신의 정체 속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고강도 착취가 만연한 것은 특정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며 전산업의 문제점이다. 수익성의 위기 속에서 대기업이 내부적으로는 노동자, 외부적으로 중소기업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어떤 산업이 유망하고 비전이 있는가와 그 비전 속에서 내가 어떻게 최대이익을 보는가를 넘어 어떤 산업적 전망하에 모두의 노동조건이 보존, 증진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거시적 시야 속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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