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토론산업재해 : 이천 물류센터 화재참사

관리자
2020-05-15
조회수 1382

1, 동향 정리


12년 전 참사 뒤 '난연 단열재' 의무화, 국토부가 발목 잡았다[한겨레, 20-05-01]

http://www.hani.co.kr/arti/area/capital/942759.html?_fr=mt1

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참사는, 2008년 이천시 호법면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 사고와 너무도 닮았다. 특히 2008년 화재 뒤 국회가 추진한 대로 불에 취약한 건축자재를 쓰지 못하도록 건축법을 바꿨다면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거나 피해가 줄었겠지만, 당시 국토교통부는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화재도 ‘인재’였던 셈이고,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잘못’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불러오는지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2008년 사고 장소·면적만 다른 ‘판박이’

40명이 희생된 2008년 냉동창고 화재는 2만2천㎡ 규모의 완공된 건물 지하 1층에서 우레탄폼 발포 작업을 하다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일어났다. 이번 사고도 지하 2층에서 우레탄폼 희석 작업 도중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사고 때에는 폭발음과 함께 5분 만에 창고 전체가 아비규환으로 변했었고, 이번 사고도 10여차례의 폭발음과 함께 신축 건물 전체가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화재에 매우 취약한 샌드위치패널로 지어진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 참사 목격자들은 “폭발음에 이어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고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로 금세 불지옥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2008년 화재때도 똑같은 진술이 나왔다. ‘우레탄폼 작업→유증기 폭발→샌드위치패널 화염→유독가스 발생→대형 인명피해’라는 상황이 매뉴얼처럼 반복된 것이다.


■ 소 잃고 외양간 왜 못 고쳤나

경기도 이천소방서가 2008년 6월 펴낸 <이천시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사고 백서>에서는 우레탄폼 작업 중 폭발과 함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샌드위치패널 때문에 대형 인명피해가 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재발방지를 위해 제도·법률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실제 사고 이듬해인 2009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는 신축 건물에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소재의 마감재 및 단열재 사용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건축법 등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됐다. 하지만 당시 국토해양부는 이를 반대해 법 개정이 지연되고, 시행령 수준으로 규제 수위가 낮아졌다.

2009년 7월8일 국회 속기록을 보면, 당시 권도엽 국토부 1차관은 “(마감재) 관련 제한을 처음 도입하는 거라 신중해야 한다. (외국) 사례도 많지 않다. (하더라도) 대상을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개정안의 건축주를 처벌하는 내용을 두고서도 권 차관은 “전문가가 아닌 건축주를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결국 2014년 5월 국회를 통과한 시행령은 규제 대상을 기존 창고 바닥면적 3000㎡ 이상에서 600㎡ 이상으로 강화하고, 내부 마감재는 난연재료 이상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벽체 내부에 설치하는 단열재 규제 조항은 없었다. 이번 참사가 일어난 물류센터도 내외부 마감재는 난연재료 사용 대상이지만, 마감재 안에 들어가는 단열재는 별도 규정이 없어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했다가 화를 키웠다. 2017년 제천 화재 참사 이후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가연성내·외장재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입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비용이 더 투입되다 보니 강제하기가 쉽지 않다”며 “국민 안전을 확보하려면 코로나19처럼 막대한 국비를 투입해서라도 참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2. 무엇이 문제였냐?

① 가연성/유독성 우레탄 폼

겉만 불연재 속은 '우레탄폼'…불만 나면 '불쏘시개'[MBC, 20-05-01]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5751855_32524.html

불에 잘 타는 가연성 재료가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가 이듬해 관련 규정을 개정했습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재료나 준불연재료를 마감재로 사용해야 한다'고 건축법령을 바꾼 겁니다. 하지만 건물의 외벽에 대해선 단열재, 도장 등 모든 재료에 대해 적용한다고 명시했지만, 천장, 벽, 기둥 등 건물 내부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았습니다. 이러다보니 현장에선 법령의 헛점을 이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마감재 겉면만 불에 잘 타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고, 규정이 없는 벽체와 내부 단열재는 저렴한 가연성 재료를 계속 써 온겁니다.

[단열재 시공업체 관계자]

"우리가 냉동창고나 이런 곳에 견적이 들어와서 가면 가격 경쟁이 안 되죠. '화재시에 이렇습니다'하고 동영상이나 시험성적서를 보여드려도 그 분들은 어찌됐든 가격 차이가 (중요하니까…)"


② 우레탄 폼 작업과 용접작업의 동시 진행

비용 절감 앞에, 뒤로 밀린 안전…"시공사 '불법 지시'에 노동자가 맞설 수 있는 환경 조성 필요"[경기일보, 20-05-14]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284294

14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경우 우레탄폼 발포 작업과 승강기 설치를 위한 용접 작업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 진행된 것이 발화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계당국은 우레탄폼 발포 시 유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상황에서 용접 시 발생한 불꽃이 반응,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보건규칙은 인화성 물질이 존재해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통풍ㆍ환기 및 분진 제거 등 조치를 해야 하고, 용접 작업장 반경 10m 안에 인화성 물질을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인화성 물질이 있는 공간에서 용접 작업을 할 경우 덮개를 씌우거나 방호벽 등을 마련해야 한다


③ 안전 관리 부재

이천 화재 때 안전관리자 있었다는데…왜 노동자들만 화 입었나[한겨레, 20-05-03]

http://www.hani.co.kr/arti/area/capital/943440.html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전날에 이어 3일에도 시공사인 ㈜건우 등 공사 관련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화재감시자와 안전관리자 배치가 제대로 됐는지 안전교육이 충분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 노동자들만 숨지거나 다치고, 현장에 있어야 할 안전 관리자 등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공사 업체 쪽은 이들이 정상 배치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부 현장 노동자들은 안전관리자 배치나 안전교육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3, 고민해볼만한 쟁점들


① 원인진단 : 도덕적 해이? vs 안전조치를 무시하게 만드는 이윤압박?


 도덕적 해이?

정치권 반응

文대통령 "이천 화재, 후진적이고 부끄러운 사고"[파이낸셜 뉴스, 20-05-04]

https://www.fnnews.com/news/202005041434350276

문 대통령은 이어 "2008년 냉동창고 화재사고 이후 유사한 사고를 막기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했고, 우리 정부에서도 화재 안전 대책을 강화해 왔는데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며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관리 감독 책임까지 엄중하게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이천 화재, 강력한 형사처벌 징벌적 배상해야"[뉴시스, 20-05-03]

https://newsis.com/view/?id=NISX20200503_0001012807&cID=14001&pID=14000


추미애 "검찰, 이천 화재 참사 철저히 진상 규명하라"[연합뉴스, 20-04-30]

https://www.yna.co.kr/view/AKR20200430073600004?input=1195m


 이윤 압박?

"안전수칙 다 지키는 데 어딨나, 건설 현장선 다들 그렇게 한다"[조선일보, 20-05-1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1/2020050100072.html

"안전 수칙 다 지키는 건설 현장이 어디 있습니까?"

30일 새벽 4시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건설 업체 '건우'의 현장 안전책임 담당자는 '혐의를 인정했느냐' '안전 수칙은 다 지킨 거냐'는 본지 질문에 이렇게 항변했다. 건우는 전날 화재 참사가 벌어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의 시공사다. 이 책임자는 "솔직히 건설 현장에서 그런 거 다 지키는 곳이 어디 있느냐다들 그렇게 한다"고 했다(중략) 무리한 공기(工期단축 시도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이창우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당시 아홉 팀이 엘리베이터 공정과 우레탄폼 공정 등을 동시에 진행한 걸로 봐서는공기 압박이 상당했던 걸로 보인다"고 했다시공사가 약속한 기간 내 완공하지 못하면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하는데, '하루 밀릴 때마다 총 공사 금액 0.3%'가 일반적이다단순 계산으로 건우가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하루 18000여만원씩 손해를 보고인건비도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다여기에 비하면 사고가 났을 때 받는 처벌은 가볍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폭발성·발화성·인화성 물질 등에 대한 사고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 징역형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징역형 실형(實刑)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 징역형 대신 벌금 수백만원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성명 :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2008년 사고와 판박이

https://www.kcwu.or.kr/statement/67854

이번 참사를 보더라도 일터에서의 산재 사망사고는 명백하게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더 위험하지만 가격이 싼 건축자재를 사용한다. 공사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 공정을 분리하지 않고 동시작업을 시킨다. 안전에 대한 시설투자나 인력배치 보다는 차라리 사고가 났을 때에 벌금을 택한다. 안전교육을 시키기보다는 1시간이라도 더 작업을 시킨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많은 이윤을 선택하는 것이다이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이다안전관리의 주체인 경영자의 책임을 강화해 기업이 조직적제도적으로 철저한 안전관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법안이다권한이 있는 자들이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고 더 이상 자본이 인간을 잡아먹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


건설 산업 구조 : 원청·하청·재하청회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방식

⤷ 원청기업이 지시한 작업을 따내기 위해 여러 하청이 저가 입찰로 경쟁

⤷ 하청업체는 저가 입찰로 일감을 따냈지만 적은 돈으로 공사시간에 맞춰 작업을 진행해야함.

⤷ 안전 관련 투자 x/값싼 원자재 사용/여러 작업 동시 진행

시행사 : 건설사에 도급건설을 위탁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 조달

시공사 : 공사를 진행을 담당

하청업체 : 각 공정과 작업을 담당

재하청, 일용직 등(…)


②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무용지물?


 산업안전보건법의 공백

사고 조사와 작업 현장 관리에서 현장 노동자의 참여가 결국에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아 온 유해 물질의 일부가 노동자의 알 권리에 의해 어느 정도 공개되었다. 아무 때나 작업을 멈추면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된다며 제한되어왔던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범위가 일부 확대되었다. 사실 작업중지권, 현장의 위험에 대해 알 권리는 이전에도 법에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개정되기 전에도 이후에도 현실에서 당연한 권리가 되지 못했다. 원청/하청/관리자/작업과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업의 이윤 압박 속에 노출된 개인이 위험한 현장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세월호, 구의역 사고, 김용균 노동자 등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있었던 현장 노동자와 활동가의 의견들

①작업 중지권

작업중지권,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권리[오늘보다, 2016.8]

http://todayboda.net/article/7036

‘작업중지권’이라면 큰 제조업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를 멈추는 것이 먼저 떠오르지만, 위험하면 일을 멈출 권리는 모든 노동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절실하고도 소박한 권리다. 그러나 이런 작업중지권, 위험작업 거부권을 사용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노동자 소식은 여전히 들려온다.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 사망 사고를 보면서, 위험에 내몰린 노동자들이 “안전매뉴얼에 있는 대로 두 명이 짝을 지어 출동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못 나간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탄식했다. 물론 현실은 만만치 않다. 계약직 노동자 혼자 못 한다고 했으면 잘렸을지도 모르고, 2명이 일할 수 있을 때까지 대기하겠다고 했다가도 관리자의 눈총을 받고 괴롭힘의 대상이 됐을지 모른다. 혹은 해고를 당하지 않더라도 도급업체 계약이 해지되는 등의 불리한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법과 제도, 사회적 분위기는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일을 멈출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한다.


불안정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노동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작업중지권을 사용하는 게 쉽지 않다. 일을 중단하면 필연적으로 생산에 손실을 입히기 때문에, 사측은 노동자가 스스로 위험을 판단해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리를 막고 있다. 노동조합이 조직돼 있고 규모가 큰 완성차 사업장에서조차 작업을 중지하면, 어떤 위험 때문에 작업을 중지했는지 묻기보다 손실이 얼마인지부터 따진다. ‘7일 파업으로 XX억원 손실’식의 매스미디어 보도와 같은 논리다. 특히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 노조가 없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노동자들, 일터를 자주 옮겨야 하는 불안정 노동자일수록 힘이 없다.


권리보장도 못하는 법

지금의 산업안전보건법은 작업중지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 노동조합도 조직되어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집단적·조직적 힘이 약한 불안정 노동자들일수록 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다는 측면에서, 노동자들이 기댈 수 있는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서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 보건 예방조치와 이를 구체적으로 정해둔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위반한 모든 상황에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권리를 보장해야, 작업중지권이 실제 예방 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 위험이 있어 대피한 것을 인정하더라도 작업중지 시간이 과도하다며 업무방해나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사측의 고소·고발을 막기 위해 ‘작업중지를 판단한 근로자의 의도가 악의적이지 않다면’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도록 하고, 작업을 중지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행한 자에 대해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노동자 모두의 권리로

작업중지권이 노동자 개인의 용기에 달린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다. 작업중지권만 있으면 되느냐는 항의도 있다. 그러나 회피든 거부든, 혹은 중지든, 작업중지권 행사를 개인의 힘만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에서의 위험을 알 권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참여할 권리와 따로 떼어 말할 수 없다. 노조에 가입해 투쟁해야 보다 원활하게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아니, 우리의 싸움과 조직과 단결의 과정이 이런 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곧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함께, 스스로 조직하자는 뜻이기도 하다.


②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 살인법)

에버코스는 왜 구급차를 돌려보냈나[오늘보다, 2015.9]

http://todayboda.net/article/6816

문제는 산재은폐를 문제 삼아 기업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점, 그리고 사업장에서 안전에 대한 일상적 감시체계를 갖추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산재은폐는 과태료로 마무리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또한 강력한 처벌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업무상 과실치사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역시 성사되기까지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억울한 죽음을 방조한 기업주를 처벌할 제도가 거의 없는 것이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란?

한국은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이 1위임에도 재해율은 0.7퍼센트로 평균치인 2.7퍼센트보다 현저히 낮다. 이는 사망 정도의 중대재해가 일어나야만 공식 산재처리가 가능한 현실을 방증한다. 중대재해에 대해 과태료와 벌금을 상회하는 강력한 형사처벌이 필요한 이유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자본의 이윤을 위해 안전을 경시하는 게 중대한 범죄이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노동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에게 안전의 중요성 만큼이나 큰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일상적 감시자, 노동조합

노동조합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에 주목하고 실천을 도모해야 한다. 노동안전의 직접적 당사자이자 주체는 바로 현장에 있는 노동조합이기 때문이다. 충북의 노동·사회단체들은 에버코스 산재은폐 노동자 사망사건 이후 꾸준히 대응하고 있다. 기소 이후에는 광범위한 탄원서 조직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응을 통해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이라도 민주노총이 함께하고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계획이다. 노동조합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안전을 지키는 게 왜 다른 누가 아니라 우리 자신일 수밖에 없는지 보여주고, 그로 인해 이번 사건을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하나의 사례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③ 충분한 인력

[책소개]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박상은/ 사회운동)[2014.9]

http://www.redian.org/archive/77699

안전을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다인력이 부족하면 안전수칙을 지키기 어렵고, 과로로 인한 실수도 늘어난다. 또한 사고대처도 어렵게 된다. 선박, 철도, 버스 등 일반대중을 실어나르는 공공교통수단에서 이는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그런데 ‘안전’ 인력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모두이다. 이들이 과로하지 않고, 안전수칙을 무시하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대중의 안전도 지켜진다.


④ 알 권리

[책소개]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박상은/ 사회운동)[2014.9]

http://www.redian.org/archive/77699

위험물질에 대한 시민들의 알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최근까지도 공장에서 폭발, 유해물질 누출 등의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 화학물질 사고의 교훈은 지역 주민들의 알권리와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까지도 지역사회의 알권리가 기업의 이윤논리에 가로막혀 있다. 기업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행동이 필요하다.


⑤ 이윤보다 우선되는 현장 노동자의 작업 통제력

[책소개]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박상은/ 사회운동)[2014.9]

http://www.redian.org/archive/77699

도로 위의 세월호라고 불리는 과적 화물차도 문제다. 과적을 하지 않으면 화물차를 운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 화물운송 시장의 부조리이다. 물류비를 아끼기 위해서 기업은 과적을 종용하지만 정작 과적으로 인한 벌금과 사고의 위험은 화물기사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과적의 책임을 기업에게 묻고 이러한 부조리한 관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화물기사들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위험 상황은 현장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잘 파악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위험에 대해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위급 시에는 노동자가 현장에서 위험 상황에 즉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끼임 사고가 발생해 급하게 컨베이어벨트를 멈춰야 하는 상황에서, 나중의 책임 추궁이 걱정되어 그러지 못한다면 사고는 커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안전한 작업장은 노동자의 의견과 현장의 판단이 존중되는 작업장이다노동자에게 억압적인 비민주적 기업에서 안전은 확보되지 않는다그리고 기업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전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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