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을 바꾸기 위한 

한국사회의 경제, 노동, 정치적 이슈를 다룹니다."

"구로공단을 바꾸기 위한 한국사회의 경제, 노동, 정치적 이슈를 다룹니다."

2017-04-06 16: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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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702062138015&code=920501#csidx815b46a33d9e58e9fa3cfeeb27ab009 



ㆍ‘내일’ 기약 못할 고용 불안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2)만들던 게임이 시장성 없다고…회사 팔리더니 “나가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커트맨’이 부르더라고요. 안 그래도 긴장하고 있었는데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대형게임사의 자회사에 다니던 박모씨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아침에 회사 본부장에게서 통보를 받았고, 점심에는 짐을 챙겨 나왔다. 위안이 있다면 1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권고사직’을 당해 덜 쓸쓸했다는 점이다. 

박씨는 대형게임사의 자회사로 편입된 ㄱ게임사 소속으로 신작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형게임사는 자회사가 준비하는 게임이 시장성이 없다고 여겼고, 결국 ㄱ사가 준비 중인 프로젝트의 중단을 명령했다. 프로젝트가 중단되자 ㄱ사의 인원과 조직은 다른 자회사인 ㄴ사로 흡수됐다. 박씨는 “흡수된 후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1~2개월 월급을 더 챙겨줄 테니 권고사직에 동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게임 산업의 고용 안정은 남의 이야기다. 쉽게 해고되고, 쉽게 대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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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의 독특한 산업생태계가 박씨 사례처럼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한다. 과거에는 게임 개발사가 게임을 만들어 직접 소비자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모든 게임이 ‘퍼블리셔’라는 게임 공급업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 것, 즉 광고 등 마케팅이 중요해졌는데 중소게임사는 마케팅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퍼블리셔는 개발사에 계약금을 지원하고 게임 운영 및 마케팅을 담당한다. 개발사는 게임 출시 후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퍼블리셔에 제공한다. 

서로의 필요가 충족된 듯 보이지만, 중소게임사들의 상황은 점차 나빠지고 있다. 6일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게임산업 전체 매출에서 매출액 상위 8곳의 대형게임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한다. 전체 게임산업 영업이익의 90%를 대형게임사 8곳이 차지하고 있다. 

게임이 성공해도 중소개발사가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다. 예를 들어 게임이 출시에 성공해 1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등 애플리게이션(앱) 장터가 30만원을 가져간다. 나머지 70만원 중 퍼블리셔가 60%를 챙기고, 개발사가 40%를 얻는다. 게임이 카카오톡 게임탭에 입점했다면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100만원의 매출 중 개발사가 챙길 수 있는 이익은 적을 땐 19만6000원, 많아야 28만원에 그치는 게 일반적이다. 개발자 출신인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는 “유명 지적재산권(IP)을 사용한 게임일 경우에는 수수료 지출까지 더해져 수익이 더 작아진다”고 말했다.

수익이 작아지다 보니 생존을 위협받는 개발사들은 경쟁력 있는 퍼블리셔의 지붕 아래 모이고 있다. 한 개발사 임원은 “‘능력 있는’ 퍼블리셔가 소수이고 개발사가 많아져 퍼블리셔가 슈퍼 갑이 됐다”며 “개발사는 마케팅 자금력, 이용자 관리 등을 보고 (게임 성공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퍼블리셔를 찾는다”고 말했다. 매출 상위 8개사의 계열사 수는 2011년 97개에서 2015년 142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에 속하지 않은 개발사의 수는 1017개에서 885개로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퍼블리셔가 능력 있는 개발사를 인수·합병하기 때문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게임이 퍼블리셔의 간택을 받아 출시되면 작은 수익이나마 기대할 수 있지만, 출시가 무산되면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한 중소개발사 대표는 “퍼블리셔의 요구에 맞추려면 일정이 빠듯하지만 출시를 위해서는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동 강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개발자 ㄷ씨는 “신작을 개발하게 되면 몇 달에 한 번씩 퍼블리셔 경영진에게 게임 개발이 잘되고 있는지 심사를 받는다. 심사를 준비하는 동안은 크런치 모드에 돌입한다”며 “통과를 못하면 프로젝트 자체가 엎어질 수 있는데 제가 준비하던 프로젝트도 최근 엎어졌다”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피해를 보는 것 역시 노동자다. 

게임개발자연대 김환민 사무국장은 “퍼블리셔는 시장을 과점하면서 게임이 출시되지 못했을 때의 리스크는 적게 지고, 성공했을 때의 이익은 많이 가져가고 있다”면서 “언제든 정리할 수 있는 자회사의 노동력을 퍼블리셔가 직고용해야 노동자 리스크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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